미국 스포츠의 혈통을 상징하는 아이콘
타이거 우즈는 탈국가적 질서를 의미화하고, 국가를 초월한 제휴를 암시하며, 지구적-국가적 해독제로 간주된다. 미국에서는 글로벌한 유기적 공동체(지역, 국가, 세계를 연결하는)가 철저히 국가주의적인 관점에서 가시화된다. 가장 두드러진 측면만을 놓고 보자면, 국가 수준에서 타이거 우즈는 피부색 초월의 다문화적 기호로 코드화된다.
주디스 버틀러가 설명한 것처럼 “앞장서서 피부색을 초월하겠다는 국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인종과 관련하여 어떤 방식의 초월이 이루어지는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달리 말해, 인종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부재하는 대상으로 산출되어 허용 가능한 담론을 구축”한다(1998, p.156). 담론적 제약이 지닌 생산적 차원을 염두에 두면서, 우리는 우즈를 통해 선전된 바 있는 국가의 다문화적 신화가 야기한 모순된 효과를 강조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자 한다. 아울러 인종주의에 대한 부인, 포괄성에 대한 원칙이 분명한 요구, 피부색 초월 선언 등이 “타이거 열풍”이라는 국가적 사건을 중심으로 코드화되고 실행되면서 인종 및 국가에 관한 규제 담론을 어떻게 조직화하는지를 재검토할 것이다.
우리가 주장한 바와 같이 나이키의 “세계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광고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인종 의식과 소수자 보호조치에 반대하는 이들의 선도적 논리에 의존하며, 그러한 논리를 재활성화시킨다. 소수자 보호조치에 대한 반감은 특히 피부색 초월의 논리와 뒤엉키면서 1990년대 중반, 언론에 의해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운영위원회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던 시점에 되살아났다.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운영위원들은 기존의 소수자 보호 프로그램을 최초로 폐지한 장본인이었다. 소수자 보호조치에 관한 대중적 논란과 우즈에 대한 전 미국적인 찬사 사이에는 (지리적으로나 개념적으로나) 뚜렷한 거리가 있음에도, 우즈가 가진 명료한 이해 가능성은 소수자 보호조치에 대한 반대 입장 내에 혹은 그것을 통해 드러난 보편적인 가치에 깊숙이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우즈는 소수자 보호조치에 대한 저항 네트워크에서 중대한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역학은 미국의 급격한 인종적 변형의 기호로서 반복적으로 지시되고 있는 우즈의 양가적인 재현 속에서 설명된다.
“세계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광고가 인종주의를 당대의 문제로 들고 나오자, 인종주의라는 쟁점이 신속하게 인종 의식상의 문제로 해석되었다. 포스트 민권 담론에 대한 제약으로 평가된 바 있는 그러한 문제는 그 범주가 어떻게 도입되느냐에 따라 새로이 정의되었다. 우즈를 인종적 범주와 결부시킴으로써, 나이키는 백인 남성을 희생자화하는 동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이면서 보수적인 특징을 지닌 포스트 민권 논리에 따르면, 우즈는 그에게 합당한 초월적 지위를 부인하는 오도된 마케팅 전략의 희생자이다.
더욱이 우즈에 대한 대중적 반응에서 역차별 논리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된다. “일이 돌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재미있다. 타이거 우즈가 지닌 호소력의 일부는 바로 그의 인종이다. 만약 그가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여느 골프 선수였다면, 안간힘을 쓰는 또 다른 파란 눈의 골프 선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노트 1996, p.B1). 이런 식의 반동적 논평은 백인 남성이 역사를 통해 부당한 부담을 떠안았다고 주장되는 역사적 계기의 징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백인 남자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와 시장성이 자신의 장점이나 성과보다는 인종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고통받는 새로운 희생자 계층으로 등장한다. 미국의 윤리 모델(그 취지는 역사의 흔적 따위는 전혀 없는 초월적 인간형에 있다)의 위반으로 추정되고 표현되는 인종적 선호가 근본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형성의 국가적 계기”라는 내러티브(예컨대 우즈가 최후의 인종적 장벽으로 여겨지던 것들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게 하여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는 언뜻 소수자 보호조치에 대한 반대 정서와는 어긋나는 것으로, 그러한 정서를 가로막는 듯 보인다. 그러나 반소수자 보호조치 주장과 ‘형성의 국가적 계기’ 내러티브 두 가지 모두, 국가 문화의 핵심으로 간주되어 존중받는 각종 윤리들에 의존한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측면으로 인종 차별을 환원시키려는 고립화 테크닉은 관련 이벤트가 국가 전체의 소비자에게 호소력을 가지는 데 결정적인 의미를 띤다. 게다가, 이미 자리를 잡은 “영웅”, 즉 “소수 엘리트 중심”의 골프계에 몸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측정 가능한 시대착오적 인종 차별에 대한 해독제로 코화된 영웅은 그 자체의 시장성을 더욱 높여 준다. 미국인들 스스로 10년동안 그런 영웅이 나타나길 기다렸다고 생각함에 따라, 국가적 친밀성은 더욱 확고히 보장된다. 그러므로 “형성의 국가적 계기”는 소비자들에 의해 단순히 타이거 우즈가 이룬 개인적 성과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골프계에 만연한 엘리트주의를 철폐한 ‘미국의 업적’으로 경험된다. 고립화 테크닉 및 사건의 매개는 모두 국가적 친밀성을 구축함으로써, 소비자 혹은 국민들로 하여금 친근한 국가적 사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와 관련하여, 타이거 우즈는-특히 반흑인적인 방식으로 인종적 타자됨othering를 ‘부인하는 동시에 각인하는 각종 용어들을 통해 코드화된다. 실제로 타이거 우즈가 “한 줄기 산들바람”(스토지힐 1997, p.32)으로 해석되는 것과는 정반대의 용어들이 그 속사정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우리는 이러한 문구를 통해, 지금은 낯익은 각 세대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NBA 선수들-그들의 다양한 위반 행위는 권위에 대한 멸시로 범죄시된 바 있다-에 대한 악마화된 재현물들을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러한 위반들은 종종 무책임한 집단적 섹슈얼리티 및 소비의 기호로 채택된다. 이 경우, 우즈는 보통 가족적 – 더욱 크게는 국가적 – 핵심 문화를 해체하는 주요 원천으로 간주되는 사람들, 즉 규칙적으로 병리화되어 온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대한, 용의주도하게 채색된 다인종적 대응물로 제시된다(리브스와 캠블 1994, 스콧 1997, 스미스 1994).
현대 국가의 ‘친밀성의 정치’에서 가족과 자손 번식이 특히 부각된다는 점에 비추어 우즈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아들이라는 선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들의 특징이 통상 혼외 성관계에 몰두하는 이들로 그려지고 있는 역사적 계기에서 우즈는 이민자의 국가이자, 가족적 국가로서의 정상적인 미국을 체현한 인물로 재현된다. 벌런트가 논의했던 여타의 모사된 다문화적 인간형과 마찬가지로, 우즈의 존재 자체는 “현재 시제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생활에 대한 수많은 맥락으로부터의 탈피”를 뒷받침하고, “핵심적인 국가 문화의 정치적 미래를 보장할 시민권의 새로운 형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벌런트 1996, p.424).
미국의 다문화적인 아들 타이거 우즈는 국가에 대한 역설적 주장들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국가적 이미지 보관소의 매혹적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농구 선수들이 국가의 핵심적 가치관을 위반했다고 비난받아온 반면, 우즈는 문화적 유산과 소양이라는 측면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타이거 우즈의 페르소나를 구현한 과거의 광고물들이 매체와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했지만, 이를 만족할 만한 수준의 상품 소비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이를 의식한 나이키는 골프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고전적인” (백인 중산층) 고소득 골프 애호가에게 호소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Cap보다는 아르마니Armani에 가까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나이키의 새로운 전략이었다(마이어스 1998, p.2B). 타이거 우즈가 입는 의류에 좀더 보수적인 디자인과 소재가 활용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나이키 광고에서 우즈가 재현되는 방식에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나는 타이거 우즈 광고에 이어 나이키의 한층 더 경건해진 “나는 행운아입니다I’m lucky” 광고에서도 예증된다. 광고의 내용은 이렇다. “호건(벤 호건)도, 스니드(샘 스니드)도 잭(잭 니클로스)도 알고 있죠. 내가 행운아라는 사실을……………. 내가 가진 모든 것은 골프 덕분에 얻은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행운아입니다.”
골프 대가들을 열거하면서 우즈도 그 반열에 들어야 한다는 식의 이러한 호소는 오늘날 미국의 문화적 역학과 더욱 광범위한 정치적 관심사의 또 다른 차원을 강조하고 동원한다는 점에서, “우즈 브랜드”가 “개조되고 있다는 점을 알려 주는 지표가 된다(앞의 글, p.1B). 전통에 호소하는 이 같은 보수적인 수사는 우즈와 선배 골프 선수들 사이의 연관성을 도출해 냄으로써, 스포츠와 국가의 문화적 계보에 근거한 신뢰성을 그에게 부여한다. 평범한 NBA 선수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과는 달리, 우즈는 미국 스포츠의 전통을 확장한 인물로 그 특징이 부여되는 바, 전통적 미덕을 회복시킨 다문화적 동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스포츠의 혈통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서, 우즈의 위치는 이후 1999년과 2000년 시즌에 보여 준 최상의 기량을 통해 더욱 두드러졌다. 1999년, 우즈는 미국 PGA 챔피언십(그의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포함하여 열한 개의 골프 대회에서 우승했고, 그 결과 세계 랭킹 및 PGA 상금 순위 1위 자리를 독차지했다. 그토록 뛰어난 업적마저도 2000년 시즌에 US 오픈, 브리티시오픈, PGA 챔피언십(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세 개 대회)을 포함, 총 아홉개의 PGA 투어 골프 대회에서 우승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골프계를 완전히 장악한 이후 (누구나 가장 좋아하는 다문화적 미국인이 된) 우즈는 하나의 차별화된 문화 현상으로까지 평가받았지만, 그 잣대는 비판적인 사고를 촉발시키는 능력이 아니라 그가 출전하는 경기를 보러 오는 관람객 수나 중계 방송을 시청하는 텔레비전 시청자 수로 평가되는 대중적 관심을 자극하는 그의 능력에 있었다. 결국 잠재적 진보성을 갖고 있던 우즈라는 문화적 인간형은 이렇게 기업 자본주의의 힘에 거세당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구세주, 영웅, 역할 모델로서 타이거 우즈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타이거의 스펙터클, 다시 말해 페어웨이를 향해 미끄러지듯 날아가는 공과 시원한 드라이브 샷, 적수들을 연이어 쓰러뜨리고는 그들을 자신의 두 팔로 감싸안는 모습, 어머니와 포옹을 나누는 모습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다 이따금씩 뒤로 돌아 우리에게 윙크해 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래트니저 2000, p.66)
타이거 우즈가 대중적 스펙터클이 되어 주는 것만으로도, 2000년 9월에 5년간 1억 달러의 조건으로 그와 재계약한 나이키에게는 분명 충분한 보상이었다. 나이키는 미래의 미국 시민 타이거 우즈가 지닌 적당히 온화하면서도 매력적인 얼굴을 브랜드 정체성과 지속적으로 연관시켜 다소 주춤하고 있던-자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우즈에게 지불한 막대한 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국가적/다문화적 아이콘이 지닌 위력은 우즈의 깨끗한 이미지, 함박웃음 그리고-문화적 역할이라는 측면에서-국가와 인종에 관한 수용 가능한 담론을 재생산하는 능력 등을 통해 드러난다. 결론적으로 미국을 휩쓴 타이거 열풍은 우즈를 향해, 우즈를 거쳐 투사된 문화적 소양과 국가적 신화에 대한 찬미로서, 백인의 문화적 특권에 대항하기보다는 그것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 신화의 손쉬운 재생산을 방해하는 문화적 인종 결합miscegation의 위협은 사라지고, 오늘날 시대착오로 낙인찍혀 버린 인종적 정체성들만 남는다. 따라서 우즈를 둘러싼 연속성의 내러티브, 백인 남자 골프 선수 계보에서 그가 점한 위치, 흑인 선수 계보에서의 위치 등은 글로벌한 계기 속에서 “미국인”이 의미하는 바를 강화하며, 종국에는 백인 문화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우즈는 미국의 신형 기업가이자 시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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